헤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있는 01번 글을 먼저 읽으시기를..
참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1시간 반동안 뭘한담? 매서운 추위의 수준은 아니었으나 우리의 콧물을 흐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무작정 걷기 시작했고 이것 저것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결국 자연이라는 선물을 다시 발견하며, 여행을 같이 하는 덕이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시골길의 강아지와 쓰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마을회관도 보았다. 뭐 이렇게 저렇게 따져보면 한 5km 이상 걸은 것 같다.
찍어 놓은 사진들을 보다가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생각이 났다.
뭐 좀 많이 엉뚱하더라도 오늘은 필 받아서 이러는 것이니 이해하시길.. ^^
봄이 오는 길목에서 들을 빼앗긴 것을 탄식해야 하는 시인의 마음.. 시간이 흐르면 봄은 오지만, 그러한 봄의 다가옴을 표현할 들이 없음에 아파하는 시인의 마음. (들을 빼앗겼다면 봄마져 빼앗긴 것이다!!!) 곧 3.1절도 다가오며, 일본 대사가 엉뚱하게 독도가 확실히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대는 오늘의 일 때문일까? 고등학교 수업시간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11시가 되어 바탕골 예술원에 드디어 입성~~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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