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22025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ivf 학사 소식지 ‘소리’에서 원고를 부탁했다.

나의 일상에 대해 적어달라는 요청이었다.

 

매우 잘 살고 있는 것처럼 포장해 보이고 싶은 유혹과, 실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 충돌을 일으키더디...

 

 

 

결국에는 절충(?)을 하게 되어,
‘나의 단점과 약점들을 포장해 드러내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정신과 전공의로서: 끊임없는 ‘필요’에 대한 반응

아침 회의가 진행되면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음, 어제 처리해야 할 일인데도 아직 하지 않았군, 교수님이 질문하시면 어쩌지?’‘아, 이 환자는 입원한지 한달이 지났는데 어떻게 해야 더 좋아지나...’

 이른 아침부터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호출기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들 앞으로 나를 인도한다. 입원환자,교수님,의국업무,외래진료,보호자면담. 이러한 필요가 하나둘 모이게 되면 일들을 만족스럽게 처리하기 힘들게 된다. 가까스로 일을 처리하

다보면 이런 저런 빈틈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에 대한 비난이 자라나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숨을 곳을 찾게 된다. 정신과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정신과 환자들이 가장 ‘작은자’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필요에서 한때는 소명을 발견했으며 현재는 나의 한계를 발견한다. 약간은 잔인하면서도 희망적인 것은 이러한 일상이 매일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요구를 피할 수 없고 어떻게든 반응해야 한다. 이에 아프지만, 매일 조금씩은 자라간다. 언제쯤 성장하여 ‘현실에 뿌리박은 소명’의 큰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예수님은 어떻게 그 많은 세상의 필요들 속에서 자신의 소명에 따라 정확히 움직이셨을까.


교회 청년부 대표로서: 분주함과 작은만족의 유혹

당직 아닌 날은 새벽기도를 나가고, 수요일 저녁에는 공동체를 위한 중보기도 모임이 있다. 금요일에는 금요철야와 철야후에 임조장 성경공부가 있다. 주일날에는 예배를 위한 중보모임부터 시작해서 임조장 회의까지 마치고 나면 안식은 요원하다. 혹자는 청년부 회장을 맡은 것과 현재 나의 시간표를 비난한다. (무책임하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고한다며 박수와 격려를 마지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함정은 여기에 있다. 고민없이 고생만 남고, 하나님과의 진정한 관계없이 의무만 남을 위험이 크다. 요즘은 나의 영적 패턴이 이스라엘 민족들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함과 형통함이 있으면 불과 몇일(혹은 수시간)사이에 마음은 세상을 향하고 형식만 그 자리에 남는다. 얼마동안 달콤함을 맛보다가 다시 쓰디쓴 갈급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의 반복. ‘혹시 이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닐까?’하는 고민마저 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내게 정말 중요한 결점은 쉽게 만족해 버린다는 것이다. 회개하고 일어설 때는 분명 하나님의 기준이나 작은 성과와 변화에도 금방 사람의 기준을 들이대며 스스로를 만족시키고 주저앉는다. 나의 눈과 귀는 사람들을 향해있다. 사람을 좋게 하지 않고 하나님을 좋게 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어렵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 불성실함

사귀는 자매와 우리 가족들에게 가장 빈번히 사용하는 동사는 excuse 일 것이다.

excuse me~ 가 아닌 excuse me! 수련받고 있음에, 교회일을 맡고 있음에 당연히 이해해 주리라 혹은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11시 전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고, 어머니 병문안도 너무나 드물다. 교제하는 자매와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심야에 만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일상을 돌아보며 묻게된다.

가족과 자매의 입장에서 얼마나 고민해보았는가. 이해받기 원하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10년간 꾸준히 이어지는 어떤 것이 있다면,

이것에 끊임없는 생명력을 주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토종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10주년을 맞았다.

 1500회를 넘어 2000회에 도전하고, 곧 일본에서도 공연된다고 하니 축하할 만 하다.


덕이와 함께 Java coffee shop에 들렀다가‘뜻하지 않게’이 공연의 초대권을 갖게 되었다.

(요요마가 연주하는 엔니 모리꼬네 CD + 커피 + 초대권 = 17,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


그러나 병원에 출근해 보니 우리가 선택한 날짜에 타병원과의 conference 가 잡혀있었고, 이를 포기하려 한 순간...


‘뜻하지 않게’ conference 가 취소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사연을 가지고 공연을 본다는 것 때문에, 기쁨과 감동의 역치가 많이 낮아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자신의 기분이나 계획에 맞춰 날씨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우리는 날씨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소풍, 운동회, 결혼식, 세차, 빨래 등등 많은 부분에 영향력을 미침에도 말이다.)

 

또 하나 있다. 모든 사람이 피해갈 수 없는 수동적 결정.

그것은 가족이다. 우리 중 자신이 태어날 가족을 선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약간은 우울해지고, 행동이 움추러드는, 그런 비오는 날

3명의 동생을 부모님을 대신하여 키워간 첫째가 생일을 맞았다.

뮤지컬의 배경은 이렇다.


뜻하지 않게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동생들을 돌보게 된 ‘동욱’

뜻하지 않는 사고로 손을 다치게 된 막내 ‘동현’

뜻하지 않은 실수와 사고들로 직장첫날 마지막 퇴근을 하게된 ‘미리’

 

 이 뮤지컬 기간 내내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고, 상대가 그 위치에 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 후 그들은 서로 상대의 위치가 되어 편안한 장난을 친다.

 

ending song 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사랑이야. ’


부담없이 모든 사람이 즐기고 가족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뮤지컬

 

장진감독이 연극무대는 끊임없는 다듬기가 가능하므로 한번 필름으로 만들어지면 수정이 불가능한 영화가 더 어렵다고 말한 것을 들은적이 있다.  10년이 지나면서 지속적인 진화를 거친 이 뮤지컬을 보면서 장진감독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결혼축하곡이자 생일축하곡이었던 그 노래는 오랫동안 나의 마음에 남아 우울하거나 실패할 때 나의 마음을 잔잔히 위로해 줄 것만 같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러시아에서 비맞고 감기 걸렸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그곳의  공기가 맑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약간 탁한, 저 앞에 버스가 지나가고 난 것과 같은,
매퀘한 냄새를 항상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러시아 사람들은 비가와도 우산을 잘 안쓴다는 것이다.

워낙에 신체조건이 좋아서인지, 추운지방에서 가을비는 시원하게만 느껴지는 것인지.

 

비전트립을 하는 후반 2일동안 비가 많이 왔었다.

비가오면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줄어들고, 조명도 어두워져 분위기도 잡아주고 ...
또한 위로 부터 무엇인가 내려온다는 것도 우리 마음속의 무언가를 자극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뭐, 어쨌든.

비를 맞으면 무언가 처량해 보이고, 준비 안된 것 처럼 여기는 대한민국인이기에 ..

우리는 가져간 김장비닐을 활용하였다. 

 

 

 







 

 

 

 

 






 

군함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비닐과 함께 찍을 수는 없어서,

결국

이번 단기선교 훈련중 가장 역동적인 사진이 연출되고야 말았다.

 


비에 관한 에피소드는 또 있다.

러시아 기독 청소년 연합 수련회에 함께 참여하고 돌아오던 중,

버스 바퀴가 구덩이에 빠진 것이다.

 

기우 뚱...

여러사람이 함께 밀어도 꿈쩍하지 않았고

결국은 6륜 구동 군 트럭이 와서

꺼내 주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황금마차라고

흥분들 하셨다.  -'매점'차라나?)

 

모두가 열심히 밀고 있는데 나혼자 딴전 피우고 있는 장면이 사진에 잡혔다. 버스 왼쪽 바퀴를 유심히 관찰 하고 있는 것이 나다. ㅋㅋ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